감세가 부른 '자본 리쇼어링'…해외 배당금 300억弗 들어왔다

입력 2023-11-19 18:29   수정 2023-11-27 16:32

삼성 현대자동차 LG를 비롯한 국내 간판 기업 10곳이 올해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돈 40조원가량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 중 상당액을 국내 생산설비 구축에 투입했다.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상장사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LG화학 삼성SDI LG전자 삼성엔지니어링 오리온 두산밥캣 등 10개 기업 해외법인의 본사(국내 법인) 배당액은 39조943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3조2592억원)보다 12배 많은 금액이다. 올해 1~9월 평균 환율(달러당 1300원32전)로 환산하면 307억1159만달러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해외법인 배당액을 공시한 기업을 집계한 결과다.

이들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29조923억원을 들여와 규모가 가장 컸다. 작년 동기(1644억원)보다 176배나 늘었다. 현대차는 올해 59억달러(약 7조6700억원)를 국내로 반입했다. 작년(13억달러)의 4.6배 규모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어난 1조3821억원을 배당받았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들여온 자금 대부분을 설비투자 등에 썼다.

기업들이 줄줄이 ‘자본 리쇼어링’(해외법인 자금의 국내 반입)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 시행된 법인세법 개정안과 맞물린다. 지난해까지는 해외 자회사가 국내 본사에 배당할 경우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과세하는 ‘이중과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과세한 배당금은 배당의 5%에 한해서만 국내에서 과세하는 방식으로 세법이 바뀌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이 300억달러 넘는 외화를 들여와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중과세' 해소로 해외법인 자금 반입 늘어…삼성 30조 설비투자 베팅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보유 현금은 115조2273억원에 달했다. 이들 현금은 대부분 미국과 베트남에 있는 법인 금고에 보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국내 본사의 보유 현금은 3조9217억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올해 기업 해외법인 배당에 이중과세하지 않기로 하자 삼성전자는 올 들어 해외에서 30조원 가까이 들여왔다. 들여온 현금은 대부분 평택캠퍼스 반도체 설비라인을 구축하는 데 쓴다. 이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에 역대 최대인 53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총 7조6700억원가량을 들여와 설비투자를 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LG그룹은 LG전자(1조3821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3298억원), LG화학(2273억원) 등이 중국과 태국 법인 등에서 현금을 들여왔다. 이 중 상당액을 가전설비 증설 자금 등으로 썼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들어 9월까지 4448억원을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받았다. 작년 같은 기간(3459억원)에 비해 28.5% 늘었다. 올해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인 호주 로이힐에서 2571억원을 받았다. 대부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두산밥캣은 올 들어 북미 법인에서 작년 동기(2000억원)와 비슷한 1995억원을 들여왔다. 지게차와 소형 건설장비(스키드로더)를 판매하는 이 회사의 미국·캐나다 매출 비중은 70%에 달했다. 오리온은 베트남법인에서 올해 486억원을 배당받았다. 지난해에는 배당받지 못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의 국민 과자로 통한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초코파이 판매를 통해 거둔 매출은 1200억원에 달했다.

기업들의 잇따른 ‘자본 리쇼어링’은 감세 정책에 따른 결과물이다. 작년까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법인세를 내고 잉여금을 국내 본사로 배당하면 국내에서도 세금을 내야 했다. ‘이중과세’ 부담에 배당을 주저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삼성 현대차 LG 등은 들여온 자금을 대부분 설비투자금으로 쓰면서 국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올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165억8000만달러(약 21조55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에 포함된 직접투자(해외법인 등)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297억2120만달러(약 38조6300억원)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상수지 흑자폭을 늘린 데다 원화 가치를 방어해 투자·고용으로도 이어졌다”며 “정부의 법인세 개편이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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